야권 대선주자인 윤석열 전 검찰총장과 최재형 전 감사원장이 각각 김종인 전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과 김병준 국민대학교 명예교수를 잇달아 접촉한 것으로 확인됐다. 정치 신인인 두 사람이 각각 캠프 좌장 영입 경쟁에 나선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다.
김종인 전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이 7일 오전 서울 영등포구 중소기업회관에서 열린 원회룡 제주지사 지지 현역 국회의원 모임 '희망오름' 출범식에서 축사하고 있다. 뉴스1
중앙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윤 전 총장은 지난 4일 서울 서초동의 한 음식점에서 김종인 전 위원장과 만났다고 한다. 김 전 위원장이 딸 부부와 함께 식사하고 있던 도중 우연히 근처를 지나가던 윤 전 총장과 마주쳤다는 것이다. 이에 김 전 위원장의 일행들이 자리를 비워줘 두 사람이 잠시동안 이야기를 나누며 처음 인사를 했다는 게 양측의 설명이다. 김 전 위원장의 딸은 윤 전 총장과 같은 아파트 단지에 산다고 한다. 김 전 위원장은 지난 7일 강원도 평창에 머물다 상경한 최재형 전 감사원장과도 만났다. 이날은 최 전 원장의 아버지인 고(故) 최영섭 예비역 대령이 세상을 뜨기 하루 전날이다. 김 전 위원장의 “권력 의지가 있느냐” “대선 레이스를 완주할 것이냐”는 취지의 질문에 최 전 원장은 “국가를 바로잡겠다는 뜻을 갖고 정치를 하겠다. 끝까지 완주하겠다”는 생각을 밝혔다고 한다. 윤 전 총장 측과 최 전 원장 측은 각각 “조만간 정식으로 다시 찾아뵐 예정”이라고 전했다.
김병준 전 자유한국당 비대위원장이 2020년 1월 17일 오전 대구 수성구 범어동 그랜드호텔에서 열린 '폭망이냐 정치쇄신이냐 대구·경북 선택!' 정치토론회에 참석해 발언하고 있다. 뉴스1
윤 전 총장과 최 전 원장은 김병준 교수도 각각 하루 차이로 접촉했다. 윤 전 총장은 지난 19일 저녁 김 교수의 서울 종로구 자택을 찾아 6시간가량 머물렀다. 와인 여러 병도 함께 나눠마셨다고 한다. 윤 전 총장 측 관계자는 “윤 전 총장이 김병준 교수를 만난 사실이 있다”며 “국정 전반에 관한 김 교수의 생각을 경청했다”고 전했다. 윤 전 총장이 김 교수의 자택을 찾은 다음 날엔 최재형 전 감사원장도 김 교수를 찾았다. 김 교수는 20일 오후 서울 여의도 하우스 카페에서 ‘노무현, 탈권력ㆍ탈권위의 리더십’이란 주제로 강연했는데, 최 전 원장은 이 자리에 참석해 강연을 들었다. 강연 직전엔 김 교수를 따로 만나 10분가량 티타임을 갖기도 했다.
윤석열 전 검찰총장(왼쪽)과 최재형 감사원장. 연합뉴스
정치권에선 유력 대선주자로 꼽히는 윤 전 총장과 최 전 원장이 야권의 거물급 인사를 잇달아 접촉한 것을 두고 캠프 좌장 영입전에 나선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다. 정치 신인인 두 사람이 자신의 약점으로 꼽히는 국정 경험과 정치 철학 등을 거물급 인사 영입을 통해 해소하려 한다는 것이다. 정치권의 대표적 ‘책사’로 꼽히는 김종인 전 위원장은 박근혜 전 대통령과 문재인 대통령의 대선 당선 과정에 깊숙이 관여했던 인사로 꼽힌다. 또 ‘이준석 체제’ 이전 국민의힘 비대위를 이끌며 4ㆍ7 재보궐선거를 승리로 이끈 주역이란 평가도 받는다. 또 노무현 정부 당시 청와대 정책실장과 교육부총리 등을 지낸 김 교수는 대표적인 친노, 비문 인사로 꼽힌다. 자유한국당(국민의힘 전신) 비대위원장을 지내는 등 현재는 국민의힘 소속이다. 대선 승리를 위해 중도층과 탈 진보 등 외연 확장이 필요한 양측 모두 김 교수의 지원을 바란다고 한다. 정치권에선 김 전 위원장의 경우 윤 전 총장을 지원하기로 마음을 굳혔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지난 25일 ‘윤석열 캠프’에 새로 합류한 인사 중 상당수가 ‘김종인계’로 꼽히기 때문이다. 반면 김 교수는 중앙일보와 통화에서 “집필해오던 책 출간 준비를 25일 마무리했다”며 “앞으로 여러 사람을 만나며 대선 출마를 비롯해 어떤 선택이 나라에 도움이 될 수 있는지 숙고할 생각”이라고 말했다.[출처: 중앙일보] [단독]尹·崔 캠프 좌장 영입전? 잇따라 김종인·김병준 만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