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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1년 'DJ-부시 외교 참사' 전철 안 밟으려면…문재인식 아닌 바이든식 접근하라

기자명 : 시사주간지… 입력시간 : 2020-11-10 (화) 19:52
조 바이든 미국 46대 대통령 당선인은 지난달 22일 마지막 대선 토론에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자신의 핵 능력을 감축하겠다고 동의하는 조건에서만 만날 것"이라며 "한반도는 비핵지대(Nuclear free zone)가 돼야 한다"고 말했다. [AFP=연합뉴스]

조 바이든 미국 46대 대통령 당선인은 지난달 22일 마지막 대선 토론에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자신의 핵 능력을 감축하겠다고 동의하는 조건에서만 만날 것"이라며 "한반도는 비핵지대(Nuclear free zone)가 돼야 한다"고 말했다. [AFP=연합뉴스]

 
조 바이든 미국 민주당 대선 후보의 46대 대통령 당선 후 문재인 정부가 바이든 당선인 측 인사와 대북정책 조율을 서두르고 있다. 바이든 행정부가 한국의 한반도 평화프로세스를 지지하고 트럼프 대통령이 추진해온 북·미 비핵화 협상 기조 유지를 바라기 때문이다.

DJ 취임후 닷새만 통화 포용정책 설득하다,
부시 "이 자는 누구냐, 이렇게 순진하다니"

"바이든은 외교 전문가, 북핵 소상히 알아"
"한국 입장 설득만 말고, 성과 낼 전략 마련"
"생화학·인권 포함 '복합방정식' 대비도"
"동맹 중시하는 바이든 설득하려면
일본과 관계 풀고 대북 공조 논의해야"

 
워싱턴을 방문한 강경화 외교부 장관은 9일(현지시간) 바이든 캠프 핵심 외교·안보 참모와 비공개 면담을 갖고 바이든 행정부의 북핵 정책 방향과 평화프로세스에 관해 의견을 나눴다.
 
김대중 대통령은 2001년 3월 8일 조지 W 부시 대통령과 취임 47일 만에 백악관에서 정상회담을 했다. 부시 대통령은 정상회담 직후 공동 기자회견에서 "북한에 환상을 가지고 있지 않다"며 "북한의 대량살상무기 개발과 수출은 중단돼야 하며 또 검증돼야 한다"라고 말했다. [청와대사진기자단]

김대중 대통령은 2001년 3월 8일 조지 W 부시 대통령과 취임 47일 만에 백악관에서 정상회담을 했다. 부시 대통령은 정상회담 직후 공동 기자회견에서 "북한에 환상을 가지고 있지 않다"며 "북한의 대량살상무기 개발과 수출은 중단돼야 하며 또 검증돼야 한다"라고 말했다. [청와대사진기자단]

하지만 전직 고위 외교관과 미국 전문가들은 10일 "2001년 클린턴 행정부에서 조지 W 부시 행정부로 넘어가는 정권교체기에 김대중 대통령은 대북 햇볕정책에 대한 새 미국 행정부의 지지를 조급하게 끌어내려다 큰 낭패를 봤다"며 "절대 서두르지 말라"고 조언했다.
 

DJ, 취임 47일만 설득에 부시 "This man(이 양반), 北에 환상 갖지 말아야"
김 대통령은 부시 대통령 취임 47일 만인 2001년 3월 8일 서둘러 워싱턴으로 달려갔다. 김 대통령은 2시간 30분간의 정상회담 동안 햇볕정책과 클린턴 행정부 당시 북한과 맺은 '제네바 합의'와 대북 정책 기조인 '페리 프로세스'를 유지해야 한다고 특유의 논리로 설득했다. 하지만 회담 직후 공동 회견은 시작부터 폭탄이 터졌다.
 
부시 대통령은 곁에 섰던 김 대통령을 '대통령님(Mr. President)'가 아니라 '이 양반(This man)'으로 지칭했다. 그러고선 북한과 당시 김정일 국방위원장에 대해 강도 높은 비난 발언을 쏟아냈다.
 
"북한 지도자에 대해 의구심을 갖고 있다. 북한에 환상을 갖고 있지 않다", "언젠가 북한과의 대화를 기대하지만 어떤 협상이든 철저한 검증이 필요하다고 김 대통령에게 말했다", "북한의 대량살상무기 개발 및 수출은 중단돼야 하고, 북한이 중단하더라도 검증해야 한다", "북한이 합의 조건을 지키는지 확신이 없다" 등이다.
 
부시 행정부는 적극적인 대북 대화를 촉구한 김 대통령에 클린턴 행정부 당시 합의와 협정을 검토한 뒤 부시 행정부의 대북 정책 방향을 결정하겠다고 통보했다.
 
당시 한·미 정상회담이 얼마나 성급했는지는 잭 프리처드 국무부 대북특사의 저서 『실패한 외교』에 적나라하게 적혀 있다. 프리처드 전 특사는 부시 대통령이 취임 닷새 뒤 2001년 1월 25일 김대중 대통령과 통화에서 "김 대통령이 대북 포용의 필요성을 장황하게 설득하기 시작하자 손으로 전화기 수화기를 가리며 ‘이자가 누구야? 이렇게 순진하다니, 믿을 수 없군(Who is this guy? I can’t believe how naive he is!)라고 말했다"고 소개했다.
 
부시 대통령은 결국 2002년 1월 29일 연두교서에서 북한을 이란·이라크와 함께 '악의 축'으로 지목했다. 같은 해 10월 제임스 켈리 국무부 동아태 차관보가 방북해 강석주 외무성 제1 부상에 비밀리에 우라늄농축(HEU)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있다는 증거를 제시했고, 강 제1부상이 이를 시인하는 듯한 말을 하자 제네바 합의에 따른 대북 중유 제공을 중단시켰다. 이에 반발한 북한이 2003년 1월 핵확산금지조약(NPT) 탈퇴를 선언하면서 1994년 북·미 제네바 합의는 9년 만에 붕괴했다.

 
외교부 차관을 지낸 김성한 고려대 국제대학원장은 "DJ와 부시의 2001년 정상회담은 외교적 재앙이자 현재의 반면교사"라며 "바이든 행정부가 트럼프 대통령의 대북정책 재검토를 마칠 때까지 기다려야 한다"고 말했다. 김 원장은 이어 "바이든 당선인이 '김정은이 핵 능력 감축을 합의한다는 조건에서 만날 것'이라고 한 만큼 무조건 트럼프식 정상외교를 하라고 해선 안 되며, 실질적 성과에 기반을 둔 치밀한 접근을 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먼저 문재인 정부가 평화프로세스 추진을 위해 트럼프 재선을 희망한 것이 아니냐는 바이든 당선인측의 의구심부터 해소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위성락 전 러시아 대사는 "2001년 부시 대통령과 DJ가 처음 만났을 때 분위기가 좋지 않았던 건 부시 행정부 내에 김 대통령이 클린턴 행정부와 보조를 맞춰 햇볕정책을 폈고, 앨 고어 전 부통령 당선을 바랐을 것이란 의구심이 있었기 때문"이라며 "지금도 그럴 수 있는 상황"이라고 우려했다.
 
위 대사는 이어 "급하게 문재인정부의 대북정책을 설득하기보다는 트럼프 행정부 때부터 쌓여온 양국 간 균열을 해소하고, (바이든 당선인이 강조한) 한·미 동맹을 복원하는 노력을 기울이는 게 급선무"라고 지적했다.
전재성 서울대 정치외교학부 교수는 "이제는 정상이 만나는 톱다운과 트럼프식 거래에 기반한 북핵 접근은 불가능해졌고, 완전히 다른 접근법을 취해야 한다"며 "북핵은 물론 생화학무기, 바이든 당선인이 평소 강조한 국제규범과 인권으로까지 문제의 범위가 넓어질 것이기 때문에 실무 차원에서 훨씬 '복잡한 방정식'을 제시해야 하는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바이든 당선인은 미·중 전략적 대결뿐 아니라 북핵 해결에 있어서도 한국은 물론 일본 등 동맹국과 협력할 뜻을 밝혔기 때문에 조속한 북·미 협상 재개를 위해선 한·일 관계부터 풀어야 한다는 지적도 나왔다.
 
김성한 원장은 "바이든 당선인이 독단적인 측면이 강했던 트럼프와는 달리 대외정책에서 동맹국과의 협의를 우선하는 만큼 향후 북핵 협상 유지 여부에 일본의 입장이 중요해졌다"며 "북·미간 협상을 설득하기 위해 한·일관계부터 풀고 일본과도 공조를 강화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최강 아산정책연구소 부원장은 "대북 강경파였던 부시 대통령과 다른 점은 바이든 당선인이 기본적으로 북한에 대한 이해도가 높고 외교적 해결을 모색하는 사람이란 점"이라며 "바이든 측은 인수위 동안 북·미 정상회담 등 트럼프 행정부의 대북정책과 한국의 입장을 소상히 인수·인계받을 것이기 때문에 한국 입장을 재차 설명할 게 아니라 현 상황에서 우리가 무엇을 할 수 있을지 전략부터 짜야 한다"고 제안했다.

[출처: 중앙일보] 2001년 'DJ-부시 외교 참사' 전철 안 밟으려면…문재인식 아닌 바이든식 접근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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