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野전문가에 11조 주고 면죄부…백신원정대 ‘트럼프의 반전’

기자명 : 시사주간지… 입력시간 : 2020-12-30 (수) 20:51
미국 제약회사 글락소스미스클라인(GSK) 백신 부문 대표를 지낸 몬세프 슬라우위 박사가 지난 5월 '초고속 작전'팀 최고과학자에 임명된 직후 소감을 말하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미국 제약회사 글락소스미스클라인(GSK) 백신 부문 대표를 지낸 몬세프 슬라우위 박사가 지난 5월 '초고속 작전'팀 최고과학자에 임명된 직후 소감을 말하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트럼프 행정부가 공로를 인정받을 만 하다"

 

美 '초고속 작전팀' , 1년만 백신 개발·접종 주도
전문가에 전권, 군 등 총동원, 과감한 베팅에 면책
트럼프, '무슬림·민주당원' 슬라위 수장으로 영입
바이든 당선인도 "트럼프 행정부 공로" 추켜세워

22일(현지시간)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당선인이 직접 코로나19 백신을 맞고 난 뒤 한 말이다. 대선 과정에서, 또 대선 결과를 놓고 트럼프와 각을 세우고 있지만 백신 문제에서만큼은 공을 인정할 수밖에 없다는 얘기다.   
 
그도 그럴 것이 미국에서 한창 접종되고 있는 화이자·모더나 백신은 모두의 예상을 뛰어넘는 빠른 속도로 개발을 마쳤다. 지난 2월 트럼프가 제약사 대표들을 불러모은 뒤 '연내 백신 개발'을 주문했다는 보도가 나오자 대부분의 전문가는 "불가능한 일"이라며 코웃음을 쳤다. 통상 백신 개발에 8~10년이 걸린다는 걸 감안하면 당연한 반응이었다.   
 
하지만 트럼프의 공언은 이달 들어 현실이 됐다. 코로나19 방역에 실패하며 대통령 자리도 내줬지만 그나마 한편에 희망의 문을 여는 데는 기여한 것이다.
      
백신 조기개발의 주역은 미 행정부가 조직한 '초고속 작전(Operation Warp Speed·OWS)' 팀이다. 그리고 이 팀이 불가능을 가능으로 만들 수 있었던 비결은 '전문가에, 전권을 주고, 전폭적인 지원을 쏟아부었다'는 이른바 '3전'이 꼽힌다. 비상한 국가적 위기에 비상한 대책으로 대응한 게 주효한 것이다.     
 
'백신 원정대' OWS를 이끈 건 최고과학자(Chief Scientist) 직함을 받은 몬세프 슬라위(61) 박사다. 글로벌 제약사 글락소스미스클라인(GSK)에서 30년 가까이 백신 개발을 맡았던 최고의 전문가다. 미 바이오기술 기업 모더나 이사회 멤버로 있던 지난 5월 트럼프 대통령으로부터 영입 제안을 받았다.
 
눈에 띄는 건 슬라위 박사가 모로코에서 태어난 무슬림에다 민주당 정식 당원이라는 점이다. 초고속 작전의 성공을 위해 정치적 성향과 색깔이 누구보다 분명한 트럼프 대통령도 인종·정파를 초월해 가장 유능한 전문가를 선택한 것으로 해석할 수 있는 대목이다.
 
슬라위도 최근 파이낸셜타임스(FT) 인터뷰에서 "정치적 간섭을 하지 않는다는 조건으로 일을 맡았고, 그것이 완전히 충족됐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슬라위는 백신 개발은 물론 경영에도 밝았다. 브뤼셀 자유대에서 분자생물학과 면역한 박사학위를 받은 뒤 하버드대 의대에서 박사후과정을 했고, 스위스 국제경영개발원(IMD)에서 경영학 석사(MBA)를 땄다. 이런 경험을 바탕으로 개발을 독려하는 것은 물론 자원을 최대한 효율적으로 동원하는 방법을 찾아냈다.  
  
이렇게 중용된 전문가에 미 행정부는 작전 수행을 위한 충분한 권한을 줬다. 그레이엄 앨리슨 하버드대 교수는 초고속 작전 성공 비결에 대해 최근 월스트리트저널(WSJ) 기고에서 "백신 개발 세계를 잘 아는 전문가를 수장으로 앉히고, 통상적이지 않은 방식의 계약에 100억 달러(약 11조원)를 쓸 수 있는 '면허'를 줬다"는 점을 꼽았다. 

 
초고속 작전팀은 실패해도 책임을 묻지 않는다는 '면죄부'를 미리 받고 예산을 집행했다. 누가 코로나19 백신 개발에 성공할지 알 수 없는 상태에서 6개 제약회사를 선별, 연구개발(R&D)비와 백신 선구매 비용, 대량생산 인프라 구축에 동시에 대규모 자금을 투입했다.   
  
기업은 백신 개발에 성공하면 미 정부에 약속한 물량을 공급하고, 만약 실패해도 R&D 자금은 물론 백신 구매 대금도 돌려줄 의무가 없다는 조건이었다. 어느 백신이 성공할지 모르는 단계에서 트럼프 행정부가 실패에 대한 위험을 감수하고 '베팅'에 나선 것이다.
 
트럼프 행정부 ‘초고속 작전 ’의 백신 구매 발표 그래픽=김주원 기자 zoom@joongang.co.kr

트럼프 행정부 ‘초고속 작전 ’의 백신 구매 발표 그래픽=김주원 기자 zoom@joongang.co.kr

 
OWS에 따르면 미 정부는 화이자와 모더나 각각 2억 도스, 아스트라제네카 3억 도스, 존슨앤드존슨(얀센) 1억 도스 등 총 10억 도스를 구매하는 데 129억 달러(약 14조8000억원)를 썼다. 이 가운데 현재까지 화이자와 모더나 2개사가 먼저 개발에 성공했다. 
 
전폭적인 지원에 의회도 힘을 보탰다. 수백억 달러 연방 예산은 의회가 지난봄 통과시킨 코로나19 경기부양책 법안에 포함됐다. 국립보건원(NIH)에 30억 달러, 바이오의료첨단연구개발청(BARDA)에 65억 달러를 추가로 배정했다. 여야가 의회에서 합의한 예산 안에서 백신에 대한 베팅 비용을 지출한 것이다.
 
야당인 민주당은 슬라위와 그의 백신 예산 집행을 마냥 곱게만 보지는 않았다. 하지만 미국 내 코로나19 환자가 폭증하는 상황에서 감염을 끝낼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은 백신밖에 없다는 데 야당도 공감대를 갖고 있었던 터라 '과감한' 베팅을 굳이 문제 삼지는 않았다. 
 
백신은 개발도 중요하지만 이를 제대로 수송하고 분배하는 체계를 만들어 성공적으로 접종하는 게 중요하다. 이를 위해 물자사령관을 지낸 구스타프 퍼나 육군 4성 장군에게 최고운영책임자(COO)를 맡겨 백신 수송을 지휘하게 했다. 군이 가진 보급 체계와 군용기 등 수송 수단을 활용해 미국 구석구석까지 백신이 닿을 수 있도록 했다.
 
슬라위와 마찬가지로 퍼나 장군도 전폭적 지원 아래 백신이 아직 개발되지 않은 상황에서도 미리 페덱스·UPS 등 특송업체들과 백신 운송 계약을 체결할 수 있었다고 미국 언론이 전했다.

한국의 백신 확보가 상대적으로 늦었던 핵심적인 원인도 이같은 조직과 지원에서의 극명한 차이에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현장 전문가가 주도한 미국 OWS와 달리 한국 정부가 해외 백신 구매를 위해 구성한 '백신 도입 TF'는 대부분 구성원이 관계 부처 공무원이다.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강기윤 의원(국민의힘)에 따르면 TF 구성원 15명 가운데 복지부 4명, 외교부 2명, 기재부 1명, 식약처 2명, 질병관리청 4명 등 공무원이 87%를 차지한다. 그나마도 최종 결정권이 없는 국·과장급이다. 
 
혹시라도 미리 사놓은 백신의 개발이 실패할 경우 예산 낭비의 책임을 피할 수 없는 관료의 특성상 선구매를 결정하기 쉽지 않은 구조다. 백신 도입을 위한 전문가위원회 회의는 11월에야 열렸다. 한마디로 전문가도, 결정권도, 전폭적 지원도 없는 사실상 '3무(無)' TF였던 셈이다. 

[출처: 중앙일보] 野전문가에 11조 주고 면죄부…백신원정대 ‘트럼프의 반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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