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백신 일부의 임상시험이 후반부에 진입한 가운데, 백신 확보를 위한 각국의 ‘눈치 싸움’이 치열하다. 일찌감치 거액의 개발 자금을 지원하며 백신 확보에 나선 미국에 이어 유럽 국가들도 경쟁에 뛰어들었다. 백신이 개발된다 해도 제조할 수 있는 양에는 한계가 있기 때문에, 조기에 확보해 놓는게 중요하다는 판단에서다. 실탄도 확보했다. 유럽연합(EU)은 24억 유로(약 3조 2600억원)의 자금을 백신 확보를 위해 책정해놓은 상태다.
유럽 4개국 '포괄적 백신 동맹'…"4억명분 백신 공급 계약"
4개국은 이달 초 백신 조달 과정에서 협상력을 높이기 위해 ‘포괄적 백신 동맹’(inclusive vaccine alliance)을 결성했다. 유럽 시민이 접종할 수 있는 백신 수량을 확보하는게 주요 목표다. 다만 이들은 ‘백신에 공정한 가격을 매겨 최빈국들도 접근할 수 있어야 한다’는 점도 염두하고 있다고 밝혔다.
유럽연합(EU)도 백신 확보에 팔을 걷어 붙였다. EU 집행위원회는 12일(현지시간) 27개 회원국 정부로부터 코로나19 백신에 대한 사전 구매협상 권한을 위임받았다고 밝혔다. 이를 통해 24억 유로의 자금을 융통할 수 있게 됐다. 이는 4억5000만 명의 회원국 시민을 위한 백신을 미리 확보하는 데 쓰인다. EU 집행위는 현재 제약 회사들과 논의를 하고 있다고 전했으나, 구체적인 기업을 언급하지는 않았다.
미국, 자국 회사 지원하며 공급 계약
미국은 자국 기업 뿐 아니라 유럽 기반 다국적 제약사를 상대로도 공격적인 물량 확보에 나섰다. 독일 회사인 큐어백에 미국이 10억 달러의 자본을 대는 조건으로 연구 결과에 대한 독점적 권리 보장을 원한다는 소식이 알려지자 독일 정부가 발끈한 것이다. 지난달 프랑스 기반 글로벌 제약사인 사노피의 폴 허드슨 최고경영자(CEO)는 “백신이 개발되면 가장 먼저 자금을 지원한 미국이 백신을 대량 선(先) 주문할 권리를 갖고 있다”고 밝혔다. 유럽 등 국제 사회의 비난이 이어지자 화들짝 놀란 허드슨은 “백신이 개발되면 모든 나라에 공평하게 공급하겠다”며 한발 물러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