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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가 탈홍콩 유치 총력전, 한국은 NYT 온다니 됐다?

기자명 : 시사주간지… 입력시간 : 2020-07-22 (수) 09:33

‘포스트 홍콩’ 기회를 잡아라 〈상〉 

고층빌딩이 즐비한 홍콩 빅토리아항. 불야성을 이루던 홍콩의 야경이 어둠에 잠길 위기에 처했다. 홍콩 국가보안법 발효 이후 홍콩을 떠나는 기업인·투자자가 늘고 있어서다. [EPA=연합뉴스]

고층빌딩이 즐비한 홍콩 빅토리아항. 불야성을 이루던 홍콩의 야경이 어둠에 잠길 위기에 처했다. 홍콩 국가보안법 발효 이후 홍콩을 떠나는 기업인·투자자가 늘고 있어서다. [EPA=연합뉴스]

뉴욕타임스(NYT) 홍콩지국의 에디터와 기자들은 지난주부터 서울 부동산 시세를 알아보기 시작했다. 서울 강남·이태원 등의 교통·여가 환경도 수소문 중이다. 지난 14일 NYT가 아시아 지역 디지털뉴스본부 중 3분의 1을 서울로 옮기겠다고 발표한 여파다. 홍콩 탈출은 NYT만이 아니다. 독일의 세계적 투자은행 도이체방크도 짐을 싸고 있다. 아시아 담당 신임 최고경영자(CEO)인 알렉산더 폰 추어 뮐렌은 다음 달 부임도 하기 전에 이전 계획부터 알렸다.
 

일본 “도쿄를 국제금융도시로” 총력
특별팀 홍콩 보내 금융사 이전 설득
싱가포르엔 탈홍콩 예금 들어와
한국 기재부 “추진 중인 전략 없다”

서울 금융경쟁력 5년 새 6→33위
외국인 편의, 싱가포르·도쿄에 뒤져

규제 프리 ‘경제금융특구’ 만들고
영어 통하는 병원·학교 인프라를

이전 계획을 밝히지 않은 기업의 임직원도 뒤숭숭하긴 마찬가지다. 홍콩 몽콕에 사는 직장인 이본 양(49)은 당장 집을 비워야 할 처지다. 월세로 살고 있는 아파트의 주인이 갑자기 이민간다며 집을 팔겠다고 통보했기 때문이다. 익명을 요구한 글로벌 기업의 홍콩 직원은 “주재원들이 텔레그램·페이스북·트위터 계정을 비공개로 돌리고 게시 글을 삭제하고 있다”고 전했다.
 
홍콩의 ‘중국화’에 속도가 붙으면서 ‘홍콩 엑소더스(Exodus·대탈출)’가 가시화하고 있다. 홍콩이 누렸던 아시아의 경제 중심지 지위를 차지하기 위한 아시아 각국의 경쟁도 달아오르고 있다. 이미 싱가포르가 앞서 가고 있고, 일본은 총력전 태세다. 그러나 한국 정부는 뒷짐만 지고 있다. NYT의 선택이 마중물이 아니라 단발성에 그칠 것이란 우려가 커지는 이유다.
 
선점은 싱가포르가 했다. 사람보다 돈이, 기업보다 학부모가 먼저 움직였다. 싱가포르통화청(MAS)에 따르면 4월 싱가포르 비거주자 예금은 전년 동기 대비 44% 증가한 620억 싱가포르달러(약 53조원)로 1991년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다. MAS는 “지난해 중반 이후 홍콩 등에서 광범위한 예금 유입이 있었다”고 설명했다. 지난해 홍콩 시위가 격화하면서 이미 싱가포르 내 국제학교에 대기 예약이 꽉 찼다.
 
대만도 물밑 유치전을 본격화했다. 황톈무(黃天牧) 대만 금융감독위원회 위원장은 21일 블룸버그에 “미국계 일부 증권사가 대만행을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금융당국이 직접 나서서 금융사를 유치하는 모양새다.
 
일본은 도쿄 올림픽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연기되면서 ‘포스트 홍콩’에 사활을 거는 분위기다. ‘국제금융도시 도쿄’가 모토다. 아베 신조(安倍晋三) 총리는 지난달 11일 참의원에 출석해 “금융 중심지로서 도쿄의 매력을 강조하면서 홍콩 등 외국 인력 유치에 적극 나서겠다”고 말했다. 비자 간소화, 국제학교와 의료환경 정비 등 구체적 방안도 마련했다. 고이케 유리코(小池百合子) 도쿄도지사는 이미 지난해 11월부터 움직였다. 고이케 도지사의 특명을 받고 홍콩에 파견된 특별팀은 12개의 헤지펀드 운용사 등을 두루 만나 도쿄 이전을 설득했다고 파이낸셜타임스(FT)가 최근 전했다.
 
한국은 천수답이다. NYT처럼 저절로 떨어질 감만 쳐다보고 있는 꼴이다.
 
탈규제·저세율·영어통…홍콩 장점 흡수해야 금융 흡수한다 
 
광장을 가득 메운 홍콩 시위대의 모습. [AP=연합뉴스]

광장을 가득 메운 홍콩 시위대의 모습. [AP=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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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6일 열린 43차 금융중심지추진위원회는 어느 때보다 활발했다. NYT 이전 소식에 한국도 기회가 있다고 생각한 민간 위원이 많았기 때문이다. “도쿄나 싱가포르 못지않은 과감한 대책을 내놔야 한다” “세제와 규제 혜택을 줄 수 있는 특구를 지정하자” 등 구체적 제안도 나왔다.
 
그러나 정부 반응은 미지근했다. 익명을 원한 회의 참석자는 “특구 지정 주장과 관련해 은성수 금융위원장이 썩 자신있어 하진 않더라”고 전했다. 범정부 차원의 공식 전략 회의도 없었다. 기획재정부 관계자는 “홍콩 상황과 관련한 경제 허브 전략을 두고 검토 또는 추진 중인 것은 없다”고 말했다.

정부가 ‘외국인만을 위해 규제를 풀기 어렵다’는 입장을 반복하는 사이 한국의 경쟁력은 떨어지고 있다. 영국 컨설팅회사인 지옌 그룹과 카타르 파이낸셜센터가 공동 조사하는 국제금융센터지수(GFCI)에서 서울은 2015년 세계 6위에서 올해 33위로 추락했다. 주 52시간제 등 한국의 규제는 외국 금융인들 사이에서 악명이 높다. 법인세율과 소득세율이 높고 복잡한 것도 약점으로 지적된다. 이치훈 국제금융센터 신흥경제부장은 “최근 한 외국 금융인이 ‘홍콩에서 거둔 100만원 이윤을 한국에서 실현하려면 각종 규제 때문에 적게는 300만원, 많게는 500만원까지 수익을 내야 한다’고 하더라”고 전했다.
 
전문가들은 늦기 전에 더 과감하고, 더 빠른 대응이 필요하다고 목소리를 높인다. 특히 경제금융특구 추가 지정은 단기간에 효과를 낼 수 있는 대안으로 꼽힌다. 이치훈 부장은 “국가경제의 전반적인 틀을 바꾸는 것이 어렵다면 경제 특구를 통해 해결할 수 있다”고 제언했다. 박기순 전 중국 삼성경제연구소장은 “결국은 사람 장사다. 변호사와 회계사 등 전문인력 시장도 키워야 금융사가 올 수 있다”며 “우선 영어 가능한 인적 자원을 키우는 것부터 시작해야 한다”고 말했다.
 
생활 인프라 개선도 과제다. 영어가 통하는 병원·학교 등이 근무지 선택의 중요 요소가 되기 때문이다. 서울을 거쳐 도쿄에서 근무 중인 한 영국인 언론인은 “외국인 생활 편의성으로 따지면 싱가포르와 도쿄가 우위”라고 말했다. 산업은행 홍콩법인장을 지낸 박 전 소장은 “홍콩의 가장 큰 장점은 외국인에게 친화적인 생활 환경”이라며 “면세 품목이 많고 세율이 낮을 뿐만 아니라 일상의 자유도가 높다”고 강조했다.

[출처: 중앙일보] 세계가 탈홍콩 유치 총력전, 한국은 NYT 온다니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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